1차 탄소중립기본계획(안)에 대한 청소년기후행동 성명
이 폐허를 응시하라
2023년 3월 21일 윤석열 정부는 사실상 기후위기 대응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제대로 된 기후 대응책이 존재하지 않는 정부의 제 1차 탄소중립기본계획(안)이 발표되었다.
제 1차 탄소중립기본계획에 대해 정부는 “기본계획은 ‘탄소중립기본법’ 제정(’22.3월 시행)에 따라 최초로 수립하는 탄소중립・녹색성장에 관한 최상위 법정 계획으로, 윤석열 정부의 탄소중립 이행 및 녹색성장 추진 의지와 정책 방향을 담은 청사진”라고 설명한다.
윤석열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추진 의지는 바로 ‘임기 내 기후위기 대응을 포기한다' 는 것이었다. 탄소중립기본계획은 탄소중립기본법 제7조 국가비전 및 국가전략의 1항의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국가 비전을 수립한다는 것을 토대로 아무리 못해도 최소 2050년까지 오목한 감축 경로로 제시되어야한다. 그러나 탄소중립기본계획은 2030년 시점까지의 감축 안만을 제시하며 이후의 계획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명색이 ‘탄소중립’에 대한 기본계획인데, 기후위기 대응을 포기하는 것도 계획이라 말해도 될까. 분명히 정부가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을 발표했는데, 우리는 어떻게 온실가스를 줄이고, 기후위기에 대응할 지조차 확인할 수 없다.
우리가 이번 계획으로 마주하는 것은, 최소한 이번 정부의 임기 내로는 어떠한 온실가스 감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냉랭한 현실 뿐이다. 기후대응은 또다시 미뤄졌다. 계획(안)에서 제시한 감축 경로는 현 정부 임기 내에서는 감축률이 연 2%에 불과할 정도로 완만한 직선에 가까운 형태를 유지하고, 현 정부 임기가 끝난 후, 급격하게 절벽으로 뚝 떨어지는 감축 경로를 제시하고 있다.
지금의 계획은 가까운 미래로 온실가스 감축 책임을 미룰 수 있을 만큼 미룬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우리는 겹겹이 쌓여가는 감축 부담과 통제 불가능한 위험을 계속 넘겨받고 있다.
2021년 10월 발표되었던 기존 감축목표 중 산업 부문의 감축 수준은 14.5%로 매우 무책임하게 설정되었다.
산업부문 가장 큰 배출 비중을 차지하게 됨에도, 감축수준은 매우 적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가 무색하게도 이번 계획(안)에서 산업 부문의 감축 수준은 11.4%로 더 후퇴했다. 산업 부문의 감축이 사실상 거의 이뤄지지 않게 된 것이다.
심지어 지금의 계획으로는 줄어든 산업 부문의 감축책임을 불확실한 기술과 해외감축분을 구매하는 것으로 메꾸려고 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에게 한국의 감축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인 해외감축량 구매를 확대하여 해결하려 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가 당사자들을 위한 기후위기 대응에 힘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을 따름이다.
이러한 해외감축분을 설령 구매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모든 국가가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고 있기에 그 비용 역시 상당할 수밖에 없다. 평범한 국민들의 주거나, 복지 등을 위한 비용은 ‘나랏빚’을 걱정하면서 그 예산을 줄이고 있는 정부가,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책임을 줄여주기 위해서는 어떠한 비용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상용화가 가능할 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기술인 CCUS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량을 늘리려는 것 역시 문제다.
이러한 CCUS와 같은 기술들이 상용화가 되어 실제 운영될 때까지, 온실가스는 어떠한 규제 없이 배출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방식이다. 기술이 실패하거나,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된다면, 수 년 후의 주요 산업 입장에서도 기후위기 대응은 막대한 부담이 될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연 1% 수준에서 산업부문의 감축수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가 정부가 4대 전략으로 제시한 것처럼 ‘민간(기업)이 이끌어가는 탄소중립’을 기대하기에는 심각하게 낮은 수준이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감축의 책임은 이렇게 국가에 의해 미뤄지고, 기업에 의해 떠넘겨졌다. 이렇게 되면, 다른 온실가스 감축 수단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은 죄를 뒤집어써야 하는 것은 당사자일 수밖에 없다.
지금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에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평범한 사람들이 무언가를 바꾸기에는 세상의 법칙과 권력은 너무 강력하다. 기후위기 대응에 가장 기본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에 영향을 줄 수 없는 우리의 기후대응 이제 큰 의미가 없는 걸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며 모든 걸 포기할 수는 없다. 행동하기를 포기한다면 우리의 일상을 지킬 수 있는 건 정말 그 무엇도 남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은 평범한 개인을 보호할 수 없다. 회복 가능한 수준의 1.5도를 당연하게 넘기는 시나리오에 우리의 일상은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 단순히 감축수치만 문제인 게 아니다.
1.5도 이전에 이미 지금도 우리는 인류가 한 번도 생존해보지 않은 기후에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 다가오는 재난은 높은 확률로 더욱 빈번하고 강력하게 일상을 침투할 것이다. 평범한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재난을 해결할 방법은 강력한 사회 안전망뿐이다. 그러나 우리를 기후재난으로부터 지켜줄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의 불행을 탓하며 피해를 입은 뒤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만 지원금을 조금 받는 것이 전부인 세상. 애초에 위기를 방치하며 키워온 사람들은 책임이란 걸 키우지 않는다.
국가가 기후위기 대응을 어쩔 수 없다는 말로 포기하는 것을 보며 다시 한번 무력감을 느낀다. 오랜 시간동안 기후대응에 의도적으로 실패만을 반복하는 정부는 시민들에게는 무력감을 학습시킨다.
결국 국가는 우리가 삶의 존엄을 끊임없이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한다. 기후재난이 다름아닌 국민들의 기본권조차 저버린 정부의 정책으로부터 출발한다.
이 폐허를 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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